DB 이상범 감독은 새해가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만 하다. 1년 전 야인생활을 했던 그는 어엿한 프로팀의 수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성적보다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에 그의 얼굴이 환하게 폈다. 사진제공|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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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시즌 보내고 있는 DB 이상범 감독
고른 기용·자율성 존중…선두 등극의 힘
긴 야인 생활…“선수들 마음 헤아린 계기”
이상범(49) 감독이 이끄는 원주 DB는 지난 1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79-70 으로 승리해 기분 좋게 2018년을 열었다. 3쿼터 한 때 16점차까지 뒤졌던 DB는 특유의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끝까지 집중을 해줘 이겼다. 새해 첫날 이기니까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DB는 리그 선두에 올랐다. 이 감독은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적 때문이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체에 대한 소중함과 제자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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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달라진 2017년 1월과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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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이 감독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4월 DB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기적이 일어났다. DB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즌 내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성적을 떠나 선수들에게 고르게 출전시간을 부여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량 발전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 감독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마저 ‘갓상범’이라 부른다. 김주성(39), 윤호영(34), 두경민(27) 등을 제외하면 DB에는 벤치에 앉아 있던 시간이 많았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감독의 지도 아래 ‘탐나는 선수’로 변신했다.
이 감독은 “1년 전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람은 역시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코트를 떠난 시간이 길어져 ‘다시 감독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트가 그리웠다. 야인 경험 덕분에 경기를 뛰고 싶은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됐다. 그 마음을 알기에 출전시간을 준 것 뿐이다. 선수들이 잘해 이뤄낸 성과다”라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DB 이상범 감독(왼쪽). 사진제공|DB 프로미
● DB, 발전이 중요한 이유
이 감독은 엔트리에 포함된 12명의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편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경기에서 빼지 않고 만회할 기회를 준다. DB선수들이 실책 걱정 없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하는 원동력이다. 이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그는 “되던, 안 되던 코트에 서는 선수에게는 일정 시간을 무조건 준다. 이번 시즌만 보고 지금과 같이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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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승리에 성적 욕심을 낼 법하지만, 이 감독은 자세를 더 낮췄다. “성적은 1%도 생각 안 한다. 그럴 때가 아니다. 2018년 소망은 다른 것 없다. 더 즐겁게 농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