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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꿈을 묻다]“11번째는 금빛”…겨울올림픽 여성 최다 메달 도전

입력 | 2017-12-29 03:00:00

크로스컨트리 여제 비에르옌




‘철의 여인(Iron Lady)’이 올림픽 신화에 도전한다. 크로스컨트리 여제 노르웨이의 마리트 비에르옌(37·사진)에게 자신의 다섯 번째 올림픽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유독 특별한 무대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 6, 은메달 3,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비에르옌은 이번 대회에서 하나의 메달만 추가하면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여성 선수가 된다. 같은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라이사 스메타니나(구소련·금 4, 은 5, 동 1), 스테파니아 벨몬도(이탈리아·금 2, 은 3, 동 5)를 뛰어넘는다.


○ 골든 마리트 “신기록은 금메달로”


이달 초 국제스키연맹(FIS) 2차 월드컵이 열린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한 호텔에서 만난 비에르옌은 올림픽 목표를 묻자 “개인 종목에서 한 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답했다. ‘골든 마리트(Golden Marit)’라는 별명에 걸맞게 기왕이면 금메달로 총 메달 획득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의미였다.

7세 때부터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비에르옌은 19세에 월드컵 무대에 데뷔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본인 말로는 7세부터 13세까지 경주에서 져 본 적이 없다. 2002년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비에르옌은 그 후 줄곧 크로스컨트리 판을 장악했다. 올림픽 메달 외에도 월드컵 112차례, 세계선수권 18차례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딴 총 36개의 메달은 FIS 종목 선수 중 최다 기록이다. 미국 NBC는 비에르옌이 받은 총 상금을 약 260만 달러(약 27억8300만 원)로 추정했다. 2010년에는 스키 강국 노르웨이에서도 최고 스키 선수에게 준다는 홀멘콜렌 메달을 받았다.

눈부신 업적에도 비에르옌은 정작 “평창 올림픽 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으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기관지염, 위경련 등을 겪으면서 은메달 한 개(10km)만을 목에 걸며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신기록의 무대가 될 평창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비에르옌은 “한국을 가보진 못했지만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길지만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경기가 열릴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에 대한 호기심도 드러냈다. 그는 “(올 3월 열린)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한 바이애슬론 동료 선수들에게 코스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 엄마의 이름으로


12월 초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마리트 비에르옌과 그의 아들 마리우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인형을 건네받고는 활짝 웃었다.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비에르옌에게 평창이 특별한 건 단순히 메달 기록 때문만이 아니다. 엄마로서 치르는 첫 올림픽 무대이기도 하다. 비에르옌은 2015년 12월 노르웨이의 노르딕 복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편 프레드 뵈레 룬베르그(48)와의 사이에서 아들 마리우스(2)를 낳았다. 출산을 위해 2015∼2016시즌 휴식을 취했던 그는 이듬해 시즌에 복귀하여 예전과 다름없이 금메달을 휩쓸며 크로스컨트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들 사랑도 유명하다. 자주 아들을 안은 채 인터뷰했기 때문에 노르웨이 일반인들도 그의 아들 이름을 외울 정도다. 비에르옌은 이날도 기자회견 뒤 곧장 남편과 포옹을 나눈 뒤 마리우스를 안으며 애정을 보였다. 이날 기자에게 수호랑, 반다비 인형을 선물로 받은 비에르옌은 마스코트의 유래를 묻고는 “마리우스에게 가르쳐 주겠다. 아이가 좋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호텔 안 어린이 놀이시설로 아들을 데리고 가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종종 아들 마리우스에게 스키를 시키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비에르옌은 “아이에게 부담을 줄 생각은 없다”면서도 “운동신경은 특별하지 않겠느냐”고 답하곤 한다.


○ 전 종목 출전 꿈 이룰까.

비에르옌의 도전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창 올림픽 여자 크로스컨트리 전체 6종목 출전을 노리는 비에르옌은 현재 스프린트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순간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단거리 스프린트 종목에 37세의 그가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에르옌은 9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3차 월드컵 스프린트에 불출전하기도 했다. 스스로는 “올림픽에 출전하면 결선에 충분히 오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억지 고집을 부리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그가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인 노르웨이 남자 바이애슬론 스타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3·금 8, 은 4, 동 1)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은 “(비에른달렌을 넘는 것은) 목표가 아닌 꿈”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슈가 됐던 올해 9월에 비에르옌은 “우리가 (평창에) 가게 되면 안전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서 다시 만나자”며 먼저 악수를 건네는 그에게서 평창 올림픽을 향한 의지가 느껴졌다.

마리트 비에르옌은…


생년월일: 1980년 3월 21일생(노르웨이 트론헤임)

키, 몸무게: 168cm, 64kg

올림픽 성적: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3관왕(7.5km+7.5km 스키애슬론, 스프린트 1.5km, 4x5km 계주) 2014년 소치 올림픽 3관왕(7.5km+7.5km 스키애슬론, 팀 스프린트, 30km)

세계선수권 성적: 우승 18회

월드컵 성적: 우승 112회

가족: 남편 프레드 뵈레 룬베르그(48·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노르딕복합 금메달리스트), 아들 마리우스(2)

별명: 철의 여인(Iron lady), 골든 마리트(Golden Marit)

취미: 핸드볼, 축구, 산책

좋아하는 음악: 팝, 록

좋아하는 음식: 노르웨이 해산물

좋아하는 소설가: 요 네스뵈(노르웨이 범죄 소설가)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