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82억달러 이어 290억달러 올해 유가상승에 기대 걸었지만 회복세 더디고 중남미 등 수주 급감 도급→투자개발형 체질개선 시급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반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건설사들의 노력으로 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해외건설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 ‘300억 달러 해외 수주의 벽’
당초 올해 수주 실적은 이란의 발주 증가, 유가 상승 등으로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선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455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4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올해 해외공사 수주액이 3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가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뎠고,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주액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중남미 지역 수주액은 지난해 16억1829만 달러에서 올해 3억6235만 달러로 70%가량 줄어들었다. 이 기간 태평양·북미 지역 수주액도 13억7998만 달러에서 5억5457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중국 스페인 등 경쟁국가들 때문에 저가 수주 경쟁이 심해졌고, 수년간 해외에서 고전한 건설사들이 경기가 좋은 국내 시장에 치중한 것도 실망스러운 해외수주 실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체질 개선 없으면 내년도 먹구름
중동 지역과 플랜트 공사에 치우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 텃밭이었던 중동 산유국들은 저유가 시대를 맞아 도급사업 대신 PPP 발주를 늘리고 ‘탈석유’ 기조에 따라 정유사업 규모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 수치상 실적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해외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