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DB 김주성 시즌뒤 현역 마감… 새해부터 은퇴 투어
한국 남자 프로농구의 ‘산성’ 같은 존재 김주성(DB)이 이번 시즌 종료 후 16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은퇴 전 감사한 마음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김주성이 경기 도중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KBL 제공
17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의 ‘산성’ 같은 존재인 DB 김주성(38)은 15년 전 그날을 떠올리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2년 10월 26일 프로 데뷔전에서 그는 40분간 풀로 뛰면서 19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 더블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시작이 좋았던 프로 무대. 그래서 떠나는 마음이 크게 섭섭하지는 않다. 팀 성적도 좋아 안심이다. 해볼 농구도 다 했다. 18일 현재 통산 득점은 1만124점으로 서장훈(은퇴·1만3231점)에 이어 역대 2위. 통산 리바운드 역시 4366개로 서장훈(5235개)에 이어 2위다. 블록 슛은 1028개로 따라 올 자, 깰 자 없는 통산 1위다. 늘 선후배들이 도와준 덕택으로 여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김주성은 두 차례의 아시아경기대회(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마운 사람이 많지만 중앙대 은사인 김태환 감독(MBC스포츠플러스 농구해설위원)은 더 각별한 존재다.
김주성은 부산 동아고 1학년 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모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 어려운 형편에도 농구공에 희망을 담아 땀을 흘렸다. “처음엔 하루하루 다른 선수들을 따라가느라 너무 힘들었죠. 그냥 지쳐 무조건 쓰러져 자고 일어나서 다시 운동하고 그랬죠. 오히려 그게 저를 오래 코트에 붙잡아둔 것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마지막으로 코트에서 하고 싶은 것? 받았던 격려와 성원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연습 때도 몸을 날려 ‘허슬 플레이’도 해보고 벤치에서 신나게 응원도 했다.
“그동안은 경기에서 이겨도 다음 경기를 위해 늘 묵묵히 감정을 컨트롤해 왔어요. 이제 은퇴 경기 전까지는 팀과 동료가 잘하면 무조건 크게 웃고, 소리 지르고 박수 치려 합니다.”
한편 DB는 내년 1월 1일부터 프로야구 이승엽처럼 김주성 ‘은퇴 투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DB 선수 전원은 유니폼 상의 왼쪽에 김주성의 배번인 ‘32’와 이름을 새긴다. 또 32개의 한정판 유니폼을 제작해 9개 구단 방문경기 최종전에 상대 선수에게 전달하고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도 나눠줄 계획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