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펀리 뉴질랜드 대사 “뉴질랜드 남녀 임금격차 가장 적어… 女權향상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이달 말 3년 임기를 마감하고 중국 대사로 부임하는 클레어 펀리 주한 뉴질랜드 대사.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제공
클레어 펀리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15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여성 평등을 위한 정책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말 3년 임기를 마치고 중국 대사로 부임하기 전 1893년 세계에서 여성 참정권을 처음 인정한 ‘여권 선진국’ 뉴질랜드의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기 앞서 양국 협업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인터뷰를 자처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양성 평등을 위한 입법이 여권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수년간 논쟁을 거쳐 1972년 남녀 동일임금법(Equal Pay Act)을 시행하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유엔 회원국으로서 적용하려 애썼습니다.”
뉴질랜드는 1841년에서 1907년까지 영국에 통치된 경험이 있어 독립 후 영국의 경제종속을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1970년대만 해도 영국이 주요 무역 상대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중국, 호주, 일본 등으로 무역국을 다변화했다. 그는 무역 다변화의 비결에 대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구한 게 좋은 전략이 됐다”고 밝혔다.
펀리 대사는 주한 대사 재임 중 성과로도 한국과의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꼽았다. 한국 과학기술에 대해 “연구 결과를 제조업에 활용하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은 13일 양국 과학기술협력 약정 체결 2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펀리 대사는 “비단 아시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의 도발을 우려해 이미 뉴질랜드 총리와 외교장관이 북한을 규탄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의 반대편 남반구의 태평양 끝자락에 있는 뉴질랜드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주대만 상공대표부 대표, 주상하이 총영사 등을 역임해 뉴질랜드의 ‘중국통’으로 꼽히는 그는 북한 압박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어 “국제사회의 공동 행동이 북핵 해법”이라며 “대북 제재를 이행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도록 문은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