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현대차 등 연내 타결 ‘가물’
한국GM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와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지난달 연대 집회를 열었다. 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인력 배치 전환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한국GM 측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는 와중에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개입하면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GM 제공
실적 부진에 대한 노사 간 견해차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정부 정책 기조를 타고 도급업체들의 직접고용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인건비 상승을 줄이려는 회사와 반발하는 노조 간 갈등도 이어지는 등 연말 노사 협상이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이다.
18일 자동차 및 조선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노사 협상 상황이 가장 복잡한 곳은 한국GM이다. 한국GM은 1∼11월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8% 줄었다. 전체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의 감소율이 1.6%인 데 비해 실적 하락 폭이 크다. 실적 부진 속에 한국GM이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철수설이 불거졌다. 노조 측은 회사 미래에 대한 확실한 계획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 작업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15일 열린 22차 임금협상에서 노조 측은 “연내에 협상 마무리가 안 된다면 카허 카젬 사장은 당장 떠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GM이 임금협상을 이듬해로 넘긴 적은 없다.
아직 지난해 임금협상도 끝내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내년 법적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형태로 바꾸자고 제시했다. 상여금을 기본급화해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기본급 인상을 줄이겠다는 게 회사 생각이다. 노조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4일과 15일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2년 만에 파업을 벌였다. 18일 새벽에는 홍성태 노조위원장이 조명탑에 올라가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경영 상황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만큼 임금을 동결하고 현재 실시 중인 10% 임금 반납을 지속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노조 측은 고통을 분담한 결과로 경영 상태가 나아졌다며 3%대 임금 인상과 임금 반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높은 임금을 주는 회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사가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모아야 하는데 국내 자동차 및 조선업은 노사 간 신뢰도가 낮아 경영 상황이 심각해져도 노조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