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원컵 아이스하키 1차전 세계 최강 캐나다에 2-4 분패했지만 깜짝 놀란 랭킹 2위 러시아 관중들 “코레야” 연호하며 진심으로 응원 한국, 김상욱 2골로 앞서다 역전패… “조직력 다듬으면 메달 가능성 있다”
“코레야, 코레야∼.”
러시아 관중의 응원과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경기가 끝난 뒤 마침내 러시아 관중은 한국 선수들을 위해 일제히 일어섰다. 진정 어린 기립박수였다.
한국 수비수 이돈구(안양 한라)의 목소리는 감격에 젖어 있었다. “캐나다 선수들은 아이스하키 기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붙어 보니 그 선수들도 사람이더라. 우리가 압박을 하자 밀리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랭킹 1위이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캐나다와의 대결 기회 자체가 없었다. 실력별로 1∼7부 리그로 나뉘어 치러지는 세계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한국은 변방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초대받았다. 그동안 성장해온 한국 아이스하키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해 볼 수 있는 무대다.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에서 캐나다는 1위, 러시아는 2위다.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개인 자격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는 러시아에 캐나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러시아 관중은 진정으로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이 퍽을 잡을 때마다 함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순간 스피드와 조직력은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2-4, 한국의 석패였다. 그렇지만 4882명의 관중은 경기 후 한국 대표팀에 기립박수까지 보냈다. 2011년 평창이 겨울올림픽 유치를 확정 지은 직후 북미의 한 아이스하키 전문 블로거는 “한국과 캐나다가 맞붙으면 162-0으로 캐나다가 이길 것”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라던 캐나다를 맞아 당당히 맞섰다.
경기 시작 2분 57초에 첫 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을 2차례나 받은 백지선 감독 아래 몸과 정신을 단련한 한국 선수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피리어드 5분 1초에 김기성-김상욱 형제(이상 안양 한라)가 동점골을 합작했다. 김기성이 시도한 슈팅이 캐나다 골리의 패드에 맞고 튕겨 나오자 김상욱이 가볍게 쳐 넣었다.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상욱은 1피리어드 17분 44초에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뜻밖의 반격에 캐나다 선수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의 눈부신 선방까지 이어지며 한국은 2피리어드 중반까지 2-1로 앞서 나갔다.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했지만 캐나다의 간담을 서늘케 한 명승부였다.
백 감독은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팀을 상대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 특유의 아이스하키를 발전시키면 평창 올림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캐나다와 맞붙는다.
캐나다 윌리 데자르댕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개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팀을 정말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15일 세계랭킹 4위 핀란드, 16일에는 세계랭킹 3위 스웨덴과 역시 사상 첫 맞대결을 펼친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