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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中국영방송의 ‘멋대로 편집’

입력 | 2017-12-14 03:00:00


SBS 청춘 남녀의 짝짓기 프로그램 ‘짝’은 연애 리얼리티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심심찮게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휘말렸다. ‘리얼리티’를 내세우면서도 자극적이고 교묘한 편집으로 출연자의 감정과 의도 등을 실제와 달리 왜곡했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촬영 도중 한 여성이 목숨을 끊으면서 2014년 폐지됐다.

▷편집의 왜곡은 다큐멘터리에서도 불거진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로 이름난 마이클 무어 감독도 망신당한 적이 있다.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클 무어 뒤집어보기’에 따르면 무어는 제너럴모터스사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제너럴모터스사 회장을 만났는데도 못 만났다고 하는 등 의도에 맞춰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입맛대로 편집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능도, 다큐 영화의 제작진도 아닌 중국의 국영방송사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를 멋대로 편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중앙(CC)TV는 8일 청와대에서 녹화한 문 대통령 인터뷰를 11일 방송하면서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3NO’ 원칙과 관련해 “그것은 결코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라는 대통령 발언을 삭제했다. 방송시간 대부분을 사드 문제에 초점을 맞췄고 대통령 답변 중 ‘다짐’을 ‘약속’으로 해석했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이 나라 국영방송. 그래도 명색이 언론사인데 자국의 일방적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 생략에 과장 등 편향 보도를 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회자는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공세적 질문을 반복했고 “수억 명 중국 시청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말해 달라”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방중을 앞둔 이웃나라 정상에게 결례를 저지르는 것을 보니 일찌감치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을 통해 반미친중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본색을 꿰뚫고 우리의 좌표를 정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