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레바논에서 쫓겨났을 때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쓴 ‘지구가 우리를 조여오고 있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명을 대변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변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시인은 이스라엘에 내몰리는 동족을 하늘을 빼앗긴 새들에게 비유한다. 그는 이렇게 절규한다. ‘지구가 우리를 조이며/마지막 통로로 밀어붙이고 있다.’
1948년 5월 14일,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고향에서 쫓아내고 이스라엘이 세워졌다. 유대인들에게는 축제의 날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나크바, 즉 재앙의 날이었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중해로 내몰아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다. 그렇다면 ‘새들은 마지막 하늘을 지나 어디로 날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뭘까? 시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마지막 통로, 바로 여기에서 죽을 것이다./여기에, 여기에, 우리의 피는 올리브나무를 심을 것이다.’ 버티겠다는 말이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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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가 바랐던 것은 세계인의 눈과 귀를 붙잡을, 팔레스타인인에 의한,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팔레스타인인의 스토리였다. 세계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기억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인들의 나크바는 언젠가 잊힌다. 고난의 민족에게 스토리는 사치가 아니다. 생명선이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