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 어린이집 공존을 향해]<2> 빈교실 어린이집 ‘불편한 동거’
6일 인천 남동구 장도초교 안 장도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눈썰매를 끌고 나와 놀고 있다. 학교 안 어린이집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안전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 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5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담장은 독특하게 유리창을 갖추고 있었다. 학교 내 샘물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학교 밖을 쉽게 볼 수 있게 하려는 배려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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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인 학교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학교 안에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전기·수도료 납부부터 통원차량 문제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부 부처에선 “학교장이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교육 부처와 보육 부처가 서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학교 안 어린이집이 2005년 37곳에서 올해 22곳으로 오히려 줄어든 데에는 이런 ‘부처 칸막이’가 자리 잡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어린이집들은 초등생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초등생들의 체육 시간과 쉬는 시간을 피해 운동장을 사용한다. 어린이집이 가장 마음을 졸이는 시기는 엄마와 처음 떨어진 원아들이 적응을 해야 하는 3, 4월이다.
부산 동구 수정초어린이집 윤영임 원장은 “아이들이 자주 울다 보니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며 “아이들을 달래다 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학부모도 성실히 세금 낸 분들인데 어린이집 원아는 다른 나라 어린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처가 다르니 알아서 하라고만 하지 말고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잘 운영하는 학교장에게는 학교시설 개선비 지원이나 승진 포인트를 주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다른 나라 어린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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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 시간 어린이집 통원 차량이나 아이를 태운 자가용의 통행 문제도 양쪽 학부모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현안이다. 출입구를 다르게 하고, 교내 진입을 막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위험 요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인천 부평구 일신초 김인숙 교감은 “초등생과 같이 쓰는 현관까지 원아들을 태우려는 부모들의 차가 들어온다. 걱정이 돼 골목에 반사경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영도초 역시 학기 초에는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언덕배기 막다른 길에 있는 학교여서 진입한 차량이 돌아나갈 때 아이들과 엉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때문에 현재 등교시간(오전 8시 20∼40분)에 아예 차량을 통제한다.
○ 초등학교 “행정적인 어려움 많아”
학급 수가 50개에 달하던 부산 동구 용산초는 현재 학급 수가 20개로 줄었다. 수업이 끝난 이후에만 사용하는 방과후교실을 제외하고도 남는 교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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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대한 수도·전기료 감면 혜택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는 누진세를 적용받는데 어린이집 사용량이 포함된다”며 “우리 학교는 여름에 수도 200만 원, 전기 500만 원이 나온 적이 있다. 인근 학교에 비해 2배 가까이 냈는데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서울 용산구 샘물어린이집은 아예 전기와 수도 설비를 따로 설치했다.
학교 안 어린이집이 정착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부산진구 당평초어린이집 조미용 원장은 “어린이집 재롱잔치 때 학교 강당을 사용하고, 체육활동 때 교사 전용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등 학교의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며 “다른 학교 안 어린이집도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궁극적으로 유보(幼保)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초어린이집 윤은영 원장도 “소관 부처 지침이 달라 태풍이 왔을 때 유치원은 쉬고, 어린이집은 등원을 했다”며 “학교 내 모든 시설은 한 부처가 총괄해야 혼선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인천=최지선 aurinko@donga.com·김호경 / 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