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2주간 가상화폐 투자해보니
소셜미디어에는 ‘비트코인 샀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할 때 샀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할 때 샀어야 했는데…’라는 게시물만 눈에 띄었다. 27일 오전 여윳돈 100만 원을 투자했다. “나도 돈 좀 벌어보자”는 심리가 반, “요즘 대세라는 가상화폐 공부 좀 해보자”는 핑계가 반이었다. 이후 2주간 기자는 ‘개미들의 지옥’에 빠져 허우적댔다.
○ 6시간 만에 13% 벌고 재미 붙여
28일 오전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하니 또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클래식’의 가격이 1시간 새 10% 이상 오르는 게 보였다. 저기도 한번 넣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100만 원을 또 투자했다. 이후 6시간 만에 이더리움 클래식에서만 13만 원을 벌었다.
가상화폐 투자는 남들이 나보다 높은 가격에 코인을 사줄 때 돈을 버는 구조다. 운이 많이 좌우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신의 직관이 뛰어나 돈을 벌었다며 이를 실력이라 착각하기 쉽다. 기자 역시 “어? 6시간 만에 13%를 벌었네. 할 만한데?” 하는 순간 가상화폐의 늪에 더 깊숙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 잠깐 한눈만 팔아도 불안
첫 번째 위기는 투자 3일 차인 29일 찾아왔다. 이더리움 클래식에 부은 원금 100만 원을 빼서 1300만 원대에 육박한 비트코인에 다걸기를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그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단타필패.’ 수익률이 한때는 ―25%까지 추락하고 원금 50만 원을 잃었다. 그런데도 묘하게 가상화폐 시장이 재밌게 느껴졌다. 속도감 있는 베팅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 이후 틈만 나면 게임하듯 가상화폐를 사고팔았다. 거래에 걸리는 시간이 5초가 되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돈을 잃고 따기를 반복했다. 무작정 돈을 걸고 따면 좋고 잃어도 다른 코인으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박에 빠지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자기 직전까지, 아침에 눈뜨자마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잠깐 휴대전화에서 눈을 뗀 사이 코인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 폭탄 돌리기는 계속된다
곧 두 번째 위기가 왔다. 8일 비트코인 가격이 2499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10일 1300만 원대 후반까지 추락한 것. 희망판매가를 시세보다 낮췄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씩 거래소가 서버 과부하로 중단될 땐 패닉(panic)에 빠졌다. 거래가 중단된 사이 같은 처지의 투자자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가상화폐 커뮤니티를 방문했다. “가즈아∼∼∼(‘가자’를 익살스럽게 발음한 것)” 구호만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다. 가격이 왜 오르고 내리는지를 모르니 그저 기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곧 3000만 원으로 급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언제 100만 원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그저 내가 산 가격보다 조금 더 높게 남들이 사주길 바라는 게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모든 게 정상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폭탄 돌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