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후]고속道 졸음운전 참사뒤 5개월 운전석에 충돌경고장치 달았지만… 기사 대부분 “잠 쫓는 효과 없어” ‘10시간 휴식’ 인력부족해 먼얘기… 회차지 휴게실, 주차 어려워 못써
졸음운전땐 경고음-진동 울려 깨운다지만… 11일 수도권의 한 버스회사 차고지에서 운전사가 시동을 걸며 작은 모니터(오른쪽 원)를 확인하고 있다.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거나 앞차와의 거리가 3m 내로 좁혀지면 빛과 경고음을 내는 장치다. 운전석 등받이에 있는 쿠션 모양의 진동기(왼쪽 원)도 함께 울린다. 정부는 졸음운전을 막겠다며 수도권 광역버스에 졸음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11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광역버스 안에서 운전사 김모 씨(57)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버스가 차선을 살짝 밟자 운전석 앞에서 ‘삑’ 소리가 났다. 동시에 김 씨가 말한 안마기에서 3초씩 두 차례에 걸쳐 진동이 울렸다.
김 씨가 말한 안마기는 다름 아닌 졸음운전 방지장치다.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거나 앞 차량과의 거리가 3m 안으로 좁혀지면 경고음과 함께 운전사에게 진동신호를 보낸다. 올 7월 50대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광역급행버스(M버스·오산교통) 추돌사고 후 정부가 수도권 광역버스 2500여 대에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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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사들은 이 장치를 설치하면 ‘저승사자’로 불리는 운전 중 졸음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8∼11일 본보 취재팀이 만난 버스 운전사 21명 중 7명은 이 장치를 ‘운전석 안마기’로 쓰거나 아예 떼어 두고 운전했다. 다른 8명은 “버스 자체가 운행 중 진동이 많고 겨울이라 옷도 두꺼워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머지 6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사고 후 ‘2시간 이상 운행 시 15분 휴식’은 칼같이 지켜지는 편이지만 그 시간에 처리해야 할 잡일이 많아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광역버스 주요 회차 장소 5곳에 휴식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 잠실역환승센터가 유일하다. 양재역은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역 강남역 사당역은 사고 전과 마찬가지로 공용화장실을 쓰고 있다. 버스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 곳이라 운전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운전사 5명 중 공용화장실을 사용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전까지 최소 10시간 휴식을 보장한다는 정부 대책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남역과 경기 고양시 구간을 운행하는 M버스 운전사 김모 씨(47)는 “운전사가 부족하다 보니 다음 날 출근자에게 사정이 생기면 퇴근 3, 4시간 만에 다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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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