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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투데이쇼’ 20년 앵커도 옷 벗어

입력 | 2017-12-01 03:00:00

성추문 강타한 美언론계, 중진 방송인 하루새 3명 해고




“아끼는 사람이 나쁜 행동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정답을 모르겠어요.”

지난달 29일 NBC 간판 오전 프로그램 ‘투데이쇼’의 여성 진행자 서배너 거스리는 울먹이며 미국의 아침을 깨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했던 남성 동료의 성추문과 뒤이은 해고 소식을 직접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를 끈 NBC 간판 앵커 맷 라워(60)는 이날 성추문으로 해임됐다. 부적절한 성적 행위에 대한 공식 문제 제기가 회사 측에 전달된 지 불과 34시간 만이었다. 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이 잡아낸 거물들 중 최대급이다.

연봉 약 2500만 달러(약 270억 원), 대통령 인터뷰 10회, 올림픽 9회 중계에 빛나는 라워였지만 친근함 뒤의 은밀한 비밀이 드러나자 단번에 목이 날아갔다. 1년에 약 5억 달러(약 5400억 원)의 광고 수입을 올리는 ‘투데이쇼’의 대들보라는 타이틀도 소용없었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라워가 직장 동료에게 성인용품을 선물하고 신체를 노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수차례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현지 중계 당시 부적절한 성추문을 일으킨 것이 해임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30일 전했다. 라워는 30일 “(의혹에) 충분한 진실이 있다”며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라워의 추락에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NN은 “(시청자들이) 실망감을 넘어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신뢰하던 유명 인사일수록 상처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미국공영라디오(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사임했고, 미네소타공영라디오(MPR)의 인기 진행자 개리슨 케일러도 성추문으로 해고됐다. 인터넷매체 리즌의 엘리자베스 브라운 부편집장은 “대기업들이 대중의 도덕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유명 앵커 퇴출이 ‘소비자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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