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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대북 해상봉쇄 성패, 中 육상봉쇄에 달렸다

입력 | 2017-12-01 00:00:00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을 향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도 미국은 같은 요구를 했지만 중국은 “인도주의적 활동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유엔 안보리는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원유 수출을 동결하고 정제유 수출을 절반 수준으로 제한했다. 당시에도 중국의 반대로 원유 감축에는 손을 못 댔다. 하지만 이젠 원유 공급 중단으로 북한에 엄중한 경고를 할 때가 됐다. 그런데도 중국은 난색을 표하며 북한의 ICBM 도발 책임을 오히려 미국에 돌리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어제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최악의 실패를 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기대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중국은 북-미 사이에서 추가로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 운송 통로를 끊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해상 차단’도 예고했다. 무력 해상봉쇄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해상봉쇄는 자발적 이행에 의존하는 소극적 제재와 달리 적극적 행동으로 대상국을 질식시켜 백기를 들게 만들 수 있다. 북한에 국제사회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조치다. 하지만 북한의 해외 물동량이 많지 않은 데다 감시와 검색, 차단을 위한 전 세계적 공조체제 구축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욱이 아무리 북한 해상을 철저히 봉쇄해도 대북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육상 운송로를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선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의 대북 특사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뒤 베이징∼평양 노선 항공편이 중단됐고 단둥∼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도 일시 폐쇄된다지만 이런 조치로 김정은의 모험주의를 꺾기는 어렵다.

김정은이 ICBM 도발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상 앞으로 핵·미사일 실험은 자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한 만큼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펼 공산도 크다. 그런 만큼 지금은 북한을 달랠 때라고 중국은 판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세등등한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게 뻔하다. 그러면서 또 다른 도발,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한국에 대한 국지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더욱 무모해질 뿐이다.

누가 북한을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만들었는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단 며칠만이라도 잠갔다면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방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원하는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