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인류가 진화를 위해 기아, 질병을 극복하고 종교나 계급으로 위계질서를 확립한 것은 모두 인구수 증가로 수렴되었다. 그런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한목소리로 그 인구수에 대해 경고했다. 총 인구수를 현 상태 정도로만 유지하고 1인당 소비하는 화석연료, 육류, 기타 여러 재화들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184개국 1만5364명의 과학자들이 이번 호소에 동참했다. 과학자들의 주장은 13일 ‘바이오사이언스’에 3쪽짜리 짧은 논문으로 실렸다.
2016년까지 25년간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감소하는 건 깨끗한 물 보유량, 전체 삼림, 척추동물의 수다. 증가하는 건 물고기 어획량, 산소량이 부족한 죽음의 해역, 이산화탄소 방출량, 기온과 인구수다. 긍정적 신호는 오존층 파괴 물질량 감소에 따라 성층권의 오존층이 나아졌다는 사실뿐이다. 이 모든 재앙의 중심엔 인구수가 놓여 있다.
1992년에 이미 17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자들의 인류에 대한 경고’를 공표한 바 있다. 그들은 ‘현명한 이기심’과 ‘구명정 하나’를 강조했다. 지구의 환경 시스템을 복원하고 인구수 증가를 안정화하는 건 부족한 자원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고 각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또한 선진국이건 개발도상국이건 간에 생명선(船)인 구명정은 지구 하나뿐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직면한 상황을 비유해보자. 침몰하는 배를 탈출해 구명정에 오른 성인 6명이 있다. 이들은 A, B, C마을에서 각 2명씩 왔다. 물과 음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잘만 버틴다면 육지까지 갈 수 있다. 배가 침몰한 원인은 A마을 사람이 기름을 몰래 빼내어 썼기 때문이다. B마을 사람도 기름을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구명정으로 탈출을 했지만 6명에서 한 사람만 더 늘어도 구명정은 전복된다. 그런데 B, C마을 사람 중엔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1명씩 있다. 이제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문제의 원인, 현 상황,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인구수는 1800년대 10억 명 수준에서 이제껏 계속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1억∼2억 명이었던 전 세계 인구가 2억∼4억 명이 되기까지는 600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후 32억∼64억 명이 되기까지 4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92년 이래 인구수는 20억 명이 늘어나 현재 76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약 35%의 증가다. 반면 1970년과 2012년 사이에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개체 수는 58% 감소했다.
인구수 지적의 이면에는 불공평한 재화의 소비가 자리한다. 소비는 환경 파괴와 직결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월등히 높다. 식량과 환경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방어 가능한 적정 인구수는 80억 명 수준이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까지 97억 명으로 인구수가 증가하면 식량 생산은 대략 70%가 더 필요하다. 필요한 식량은 매년 최대 1.75%가량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100년까지 112억 명이 되면, 두 배 혹은 세 배나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명정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람 수와 식량 소비는 비례한다. 태어날 아이들은 분명 윤리적으로 아무런 죄가 없다. 그런데 만약 A, B, C마을의 성인 중에 노인들이 있어서 출산과 동시에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면 구명정이 전복할 일은 없다. 출산이 자연적인 일이라면 죽음 역시 자연적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성인 중에 자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갓 태어난 아이 또한 계속 살아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구명정에 탄 6명 모두가 협력해야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그렇다면 B와 C마을의 성인은 애초에 피임을 고려했을 수 있다. 누구든 기름을 빼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 대전제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