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지음·돌베개·2017년
정신의 가련한 절박함이 아슬아슬하게 언어의 몸을 얻었다. 제비도시(燕京)에서 한 선비는, 눈이 보고 귀가 듣고 피부가 받은 충격을 전하려 열망했고, 그 뜻을 그대로 옮기려는 이들의 노고가 전례 없이 품격 높은 우리말 문장을 낳았다. 제비바위(燕巖)에 뜨거운 강(熱河)이 휘도는 모양을 베끼면서 교열을 익혔는데, 다시 연암의 본 문장에 가까운 번역이 나왔다 한다. 어찌 도전이 없을 수 있으랴.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