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도원’ 기사들 “급조된 노조가 직접고용 외치는데 본사직원 되면 가맹점서 안 쓸것” 회사측은 ‘3자 합자회사’ 추진… “협력사-가맹점과 함께 기사 고용”
20일 대구 동구 라이온스협회 회관에서 제빵기사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직접고용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는 11개 협력업체 중 하나인 ‘도원’에 소속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기존에 나오던 제빵기사들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제빵기사들은 올해 8월 중순 노조를 설립한 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했다. 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가 제빵기사들의 전체 목소리를 대변해온 셈이다. 파리바게뜨지회는 “3자 합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변칙적인 고용구조”라며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다.
이들이 본사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는 이들의 파견을 반대하고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사들은 “지금도 본사 직원이 가맹점을 방문하면 긴장하는데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원에 소속된 제빵기사 680여 명 중 70% 이상이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선민 제빵기사는 “직접고용 논란이 이슈가 된 후 점포 매출이 10∼20% 떨어졌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본사가 늘어나는 인건비를 부담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SPC는 제빵기사 직접고용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SPC, 제빵기사가 소속된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등 3자가 합자회사를 만들어 고용을 승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1개 협력업체는 본사가 직접고용을 하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내키지는 않지만 사업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서는 3자 합자회사가 유일한 방안이다. 가맹점주들도 본사 소속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3자 합자회사는 ‘해피파트너즈’라는 이름으로 이미 법인 등록을 마쳤다. 다만 제빵기사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체 제빵기사 중 약 40%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빵업계에서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정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제빵업계 관계자는 “당장 가맹점주들 중 직접 기술을 배워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일이 촉박한 직접고용 명령을 내려 오히려 제빵기사들의 고용상태를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