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모임 20일부터 소송인단 모집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 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20일부터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최대 수천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보상책 발표가 지연되고 있고 이용약관도 지나치게 불공정하게 작성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법적 대응 나선 피해자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 대표를 맡고 있는 박모 씨(38)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며 “20일 변호사를 선임하고 1차 소송인단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카페는 가입자 수가 698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 참여할 원고도 최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빗썸 측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실태 조사를 먼저 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두고 “시간 끌기용 꼼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금융당국
이들이 소송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을 때 매도 버튼을 누른 기록이 남아 있다면 접속 장애와 손실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거래소 책임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배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접속자 증가로 인한 서버 중단의 책임을 온전히 거래소에 묻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고의로 서버를 닫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승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사상 과실 여부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쇼핑몰 같은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다. 거래소들은 ‘공룡’처럼 커지고 있지만 금융회사와 같은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해킹 공격이나 서버 과부하 등에 대비하기 위한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12일 빗썸 한 곳에서 거래된 금액만 6조 원이 넘는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친 국내 증시의 하루평균 거래대금(8조 원·이달 기준)에 맞먹는 정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정식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