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호와 지나친 교육열은 금물이지만 자식농사 잘 짓는 것은 동서고금 엄마들의 공통 관심사다. 국내 대학 입시는 엄마들의 대리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입시전형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자녀를 일류대에 보내려는 엄마들의 두뇌와 재력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한민국 상위권 대학에 “너는 공부만 하면 된다”는 엄마 말씀에 고분고분 따라준 ‘엄친아’ ‘엄친딸’이 수두룩한 이유다. 한데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16일 연세대 특강에서 “엄마 말 절대 듣지 마세요”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말인즉, 뒤늦은 반항을 부추긴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지성’이 되라는 주문이었다.
▷이날 특강은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이 상대 학교를 찾아가는 교차 특강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염 총장은 “여전히 삼성이나 현대 들어가서 정년퇴직을 하는 게 목표라면 그건 난센스고, 이제 인간이 하는 일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1960년대 학령인구 대비 6%만 대학에 갔다면 지금은 75%가 간다. 학벌이 큰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문제는 세상이 달라져도 엄마들은 20∼30년 전, 20세기의 잣대로 자녀의 미래 설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