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개그를 보고 웃어도 괜찮을까?”
얼마 전 일본에서 한 개그맨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이른바 ‘몸개그’를 담은 사진집을 내놨다. 이를 본 현지인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사진집의 주인공인 아소 독(본명 아소 다이치·38)이 얼굴과 왼손 엄지손가락 말고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14일 일본 위드뉴스에 따르면, 최초의 ‘투병 개그맨’을 자칭하고 있는 아소 독은 지난 8월 내놓은 사진집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11년부터 자신의 투병생활을 소재로 한 개그와 콩트를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NHK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며 인기를 끌어 왔다.
사진집 작업에 참여한 사진작가 오치 다카오(38)는 앞서 의족을 한 여성을 찍은 사진집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릭 올림픽 선수들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주로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사진=아소 독이 지난 8월 발매한 사진집 표지
시조새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Pixabay)
아소는 “이 사진집을 내놓은 목적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며 “개그맨의 사진집이니 웃기고 재밌는 것을 만들기 위해 ‘복지’ 색깔은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핸디캡을 극복하고, 노력하고…장애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보이고 싶지 않다. 나는 개그맨이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웃기고 싶다. 내 책이 서점에서 ‘복지 서적’ 코너에 놓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소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그런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그맨으로서 보람 있는 사진을 맘껏 찍은 이번 사진집에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