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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만나는 淸황제 궁궐… 준비상황 철저히 베일속

입력 | 2017-11-08 03:00:00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트럼프 아시아 순방]




美中 정상이 만날 쯔진청 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이 열리는 쯔진청 내 건복궁(위쪽 사진). 외부에 개방되지 않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곧바로 쯔진청으로 이동해 건복궁에서 약 200m 남쪽에 있는 양심전 삼희당(아래쪽 사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차를 함께한다. 두 곳 모두 청나라 최전성기 황제였던 건륭제가 생활했던 공간이어서 시 주석이 ‘황제’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출처 바이두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통지를 받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어떤 준비를 하는지는 밝힐 수 없습니다.”

7일 중국 베이징(北京) 쯔진청(紫禁城·자금성)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굳은 얼굴로 “삼희당(三希堂)이 있는 양심전(養心殿) 및 건복궁(建福宮)은 개방하지 않는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곳 모두 내부에 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외부에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인상을 풍겼다.

삼희당과 건복궁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8일 중국을 처음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비밀의 공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곧바로 쯔진청으로 이동한다. 시 주석 부부는 삼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환영 차를 대접한 뒤 건복궁에서 성대한 만찬을 베푼다. 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북핵,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 등 까다로운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기에 앞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희당과 건복궁의 공통점은 두 곳 모두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끈 건륭제가 생활했던 공간이라는 점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은밀한 장소에서 ‘황제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자에 오른 자신과 건륭제를 동일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차를 대접할 공간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양심전 내 삼희당.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하루 전인 7일까지도 준비 상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양심전으로 들어가는 준의문(遵義門)은 ‘2015년 10월부터 내부 수리로 개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양심전 내부에도 공사를 위한 설비가 여전히 놓여 있어 하루 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차를 마실 장소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날도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쯔진청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쯔진청 방문 사실을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쯔진청 방문 사실을 밝히면서 “멜라니아 여사는 만리장성에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CCTV는 브랜스태드 대사가 “Forbidden City(쯔진청)”라고 말한 대목을 ‘명승고적’이라고 번역해 자막에 넣었다. 실제 방문 때까지 국민들에게 쯔진청 방문을 비공개에 부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삼희당은 청나라 최전성기 황제였던 건륭제의 서재다. 건륭제의 집무실이었던 양심전 내에 마련된 면적 8m²짜리 이 작은 서재는 “선비는 현인을 희망하고 현인은 성인을 희망하며 성인은 하늘의 뜻을 아는 이를 희망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매주 월요일만 정기 휴관하던 쯔진청은 이날 홈페이지에 ‘중요한 행사로 8일 하루 동안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차를 마신 뒤 시 주석 부부의 안내로 쯔진청을 관람한다. 하루 입장 인원을 8만 명으로 제한할 정도로 관광객이 붐비던 이곳에서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두 지도자만이 거닐며 어떤 담소를 나눌지 주목된다.

두 정상 부부는 삼희당에서 북쪽으로 200여 m 떨어진 건복궁에서 만찬을 함께한다. 건복궁으로 향하는 문 역시 7일 오전 굳게 잠겨 있었다. 건복궁 주변은 폐쇄된 채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변 벽에는 인부들이 붉은색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있었다.

1740년 건륭제의 화원으로 지어진 건복궁은 건륭제가 자주 찾아와 쉬면서 시를 읊은 곳이다. 1923년 화재로 화원 전체가 불탄 뒤 2011년 복원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둥젠화(董建華) 당시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이곳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게 만찬을 베풀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쯔진청 방문이 “국빈 방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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