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월터스
“When you‘re interviewing someone, you’re in control. When you‘re being interviewed, you think you’re in control, but you‘re not.”(당신이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있을 때 당신이 그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인터뷰할 때 당신은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이자 앵커우먼이었던 바바라 월터스가 한 말입니다.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인터뷰 기술이 탁월한 그는 인터뷰할 때 상황을 주도해야지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TV에서 월터스의 인터뷰를 많이 봤는데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의 개인사를 이끌어내 감정 과잉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서죠. 미국 언론계에서는 ’월터스는 꼭 (인터뷰 대상의) 눈물을 보고야 만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특파원 업무 중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현지 유명인을 인터뷰하는 겁니다. 워싱턴에선 주로 정관계나 학계 인사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저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인사들이야 워낙 많지만 거절할 때도 예의를 갖춰서 거절하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역사의 종말‘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 교수나 국내에서도 유명한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먼드 UCLA대 교수가 그랬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딱지를 놨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하겠다는 건지, 안하겠다는 건지 답장조차 없는 무성의한 인사들도 많았으니까요.
이성규 오하이오대 교수
그러나 이 교수의 답변을 천천히 읽으며 기사를 쓰다보니 말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답변 스타일을 보며 ’이 교수는 이런 성격이겠구나‘하고 상상할 수 있었죠. 그가 쌓은 어려운 과학적 업적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한번의 수고였지만 이 교수는 평생 이런 수고를 하며 살아왔을 생각을 하니 존경심이 느껴졌습니다.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