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발레 ‘안나 카레니나’
남편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발레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가운데). 국립발레단 제공
방대한 톨스토이 원작을 1시간 50분 정도로 압축했다. 원작을 책이나 영화로 보지 않은 관객은 이야기를 쫓기가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도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발레를 표방한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극적인 움직임이 많다. 원래 발레가 몸으로 말하는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마임 같은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감정 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나무 몇 그루, 의자 몇 개, 샹들리에, 영상을 비춰주는 흰 천, 목제 테이블 등 무대소품은 단출하다. 하지만 효과적인 연출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기차역, 경마장, 무도회장, 들판 등을 수시로 오간다. 서정적인 라흐마니노프와 강렬한 루토스와프스키 음악은 원래 발레 음악으로 작곡되었나 싶을 정도로 극에 잘 어울린다.
한국 발레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주고 싶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내년 2월 10, 11일 이 작품은 강릉 올림픽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