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들의 탄생 100주년, 200주년, 서거 100주년 등 이른바 ‘기념연간’은 작가나 화가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 비해 떠들썩하게 치러지게 마련이죠. 음악계가 유독 떠들썩한 걸 좋아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문학작품은 어느 때나 책으로 만날 수 있고, 명화도 늘 일반에 공개되지만 음악작품은 연주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대작곡가의 기념연간에는 그 주인공의 작품을 연주할 기회가 많아지고, 그 주인공을 집중 조명하는 ‘축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에 대해선 다른 장르의 예술가에 비해 ‘탄생 몇 년’ ‘서거 몇 년’을 한층 특별히 기념하게 됩니다.
쿠프랭이란 이름은 제게도 각별합니다. 어릴 때 집 서가에 꽂혀 있던 ‘101인의 음악가’라는 책 가장 앞 장(활동 시기 순으로)에 나와 있던 이름이 쿠프랭이었거든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보다도 17년 앞서 태어난 겁니다. 제가 어릴 때는 이 바로크 작곡가들보다 앞서 활동한 작곡가들은 ‘연구용’으로 의미가 있을 뿐이지 ‘감상용’ 작곡가는 아닌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후 바로크 및 르네상스 음악 연구와 감상의 열풍이 유럽에서 일어나 오늘날에는 쿠프랭보다 훨씬 ‘선배’ 작곡가들의 음악도 널리 연주되고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