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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中 센카쿠 보복’ 넘어선 日의 교훈

입력 | 2017-11-02 03:00:00


서영아 특파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던 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31일 관계 복원에 합의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그간 된서리를 맞아온 관련 업계에선 훈풍이 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같은 경험을 되풀이할 우려는 없을까.

2010년과 2012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한 일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한편으로 철저한 ‘중국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2012년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내 판매가 절반으로 곤두박질쳤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이듬해 중국 판매 시장을 완전히 회복했다. 외견상으로는 중국과의 갈등이 가라앉은 덕이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성난 시위대의 손에 자사 매장이 불타고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정세 분석을 진행했다.


“혹 우리는 외교 문제를 차가 팔리지 않는 핑계로 삼고 있지 않은가”, “우린 정말 중국 소비자가 사고 싶은 차를 만들어 온 걸까”….

이와 동시에 중국 내 홍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도요타자동차는 폭력시위 두 달 뒤인 11월에 열린 광저우(廣州) 모터쇼에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차를 출품했고 닛산도 최대 전시면적을 확보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중국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도요다 아키오 사장),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며 여전히 중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일본차의 중국 내 판매 둔화는 센카쿠 분쟁 이전에 시작됐다. 점유율이 2008년 30.5%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져 2012년에는 20% 내외로 줄었다. 업계는 중국 판매분에 구형 모델이 많고 고객 우대 정책은 적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혼다는 중국 시장 맞춤형 상품을 대거 출시해 2013년 10월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3.1배로 늘렸다.

일본 산업계는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치명적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기업들은 중국 외에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 거점을 하나 더 만든다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돌입했다.

일본의 대중 직접투자는 2012년 73억80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8조4600억 원)에서 2015년 32억1000만 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주요 4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64억 달러에서 두 배에 가까운 116억 달러로 늘었다.

이보다 앞서 2010년 제1차 센카쿠 갈등 당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에 사흘 만에 손들어야 했다. 뼈아픈 실패 경험을 살려 방지책을 찾아 나갔다.

우선 희토류 수입원을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다변화했다. 현지 정부와 손잡고 희토류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둘째, 2012년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2년 뒤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셋째, 희토류가 필요 없는 전자제품 개발에 나섰다. 정부는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했다.

산케이신문 중국 특파원을 지낸 노구치 도슈(野口東秀) 다쿠쇼쿠(拓殖)대 객원교수는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고전은 사드 탓으로만 보면 안 된다”며 “날로 발전하는 중국 기술력도 한국 기업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