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왕이 사랑한 보물’展 獨도공시켜 만든 복제자기 비교 전시… 상아-금-은-청동 세공품 화려함 자랑
17, 18세기 중국 청나라 경덕진에서 생산된 청자병(왼쪽)과 마이센 복제품.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왕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의 가장 안쪽 전시실에 들어서면 흥미로운 공간이 나온다. 17, 18세기 중국 청나라에서 수입한 도자기와 이를 복제한 독일 마이센 자기를 일대일로 비교 전시한 것이다. 대접부터 청자, 화려한 채색 자기에 이르기까지 얼핏 보면 어떤 게 중국 자기인지 쉽게 분간이 안 간다. 왕명에 따라 중국 자기를 본떠 채색한 뒤 유약을 입힌 옛 독일 장인들의 솜씨가 대단하다.
이번 전시는 17세기 말∼18세기 초 독일 작센지방 선제후 겸 폴란드 왕으로 군림한 ‘강건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의 수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꿈꾼 강건왕답게 왕의 권위를 뽐내는 화려한 바로크 공예품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예술에 대한 그의 집착은 16세기 초부터 유럽 왕가와 귀족들을 사로잡은 중국 도자기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나란히 전시된 마이센 자기는 아우구스투스가 1710년 독일 작센지역에 세운 유럽 최초의 도자기 공장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17세기 초 은으로 제작한 ‘여성 형상의 술잔’(왼쪽)과 1587년 상아로 만든 ‘타원형 뚜껑이 있는 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렇다고 유럽의 저력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상아와 금, 은, 청동 등으로 만든 정교한 세공품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18세기 작센 선제후들이 상아를 물레에 돌려 세공하는 공예기술을 필수로 익힌 사실이 흥미롭다. 기술을 천시하지 않고 몸소 체험한 바로크 군주의 모습에서 동서양의 차이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달 26일까지. 1688-0361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