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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17분… 13대12… ‘휴스턴 드라마’

입력 | 2017-10-31 03:00:00

다저스 꺾고 월드시리즈 1승만 남아
3점포 3개 등 홈런 7방 대공방, 12-9 앞선 9회 3점 내줘 연장전… 10회 브레그먼 끝내기 안타 환호




월드시리즈 사상 첫손가락을 다툴 만한 명승부였다. 역대 월드시리즈 사상 두 번째로 긴 5시간 17분의 마라톤 레이스 끝에 휴스턴이 LA 다저스를 따돌리고 정상을 향해 한발 앞서 나갔다.

30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17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휴스턴이 13-12로 이겼다. 연장 10회에 나온 2번 타자 앨릭스 브레그먼의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휴스턴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1962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 놓게 됐다.

현지 시간으로 29일 오후 7시 21분에 시작된 경기는 자정을 넘겨 30일 0시 38분이 돼서야 끝났다. 2005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당시 5시간 41분의 승부 끝에 5-7로 패하며 신기록의 희생양이 됐던 휴스턴은 이번에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날 휴스턴은 0-4까지 뒤지다 4-4 동점, 다시 4-7로 뒤지다 7-7 동점을 이룬 뒤 8회 12-9까지 앞서 경기를 끝내는 줄 알았지만 12-12 동점을 허용해 연장에 들어가는 좀처럼 보기 드문 공방전을 펼쳤다.

앞서 1차전 선발이었던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와 휴스턴 댈러스 카이클이 등판한 5차전은 투수전이 되리란 예상과 달리 화끈한 타격전으로 전개됐다. 1차전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던 커쇼는 이날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와 3분의 2이닝 6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카이클은 3과 3분의 2이닝 4실점(3자책)에 그쳤다. 양 팀은 각각 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이날 투수들을 괴롭힌 건 타자들의 화끈한 홈런포였다. 인종차별 제스처로 논란을 일으킨 휴스턴 율리 구리엘은 4회 3점 홈런을 때렸고 5회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 휴스턴의 호세 알투베가 각각 3점 홈런을 주고받는 등 양 팀 타자들은 이날 총 7개의 홈런을 치며 미닛메이드파크를 채운 4만3300명의 관중을 열광하게 했다.

양 팀은 이번 시리즈 들어서만 총 22개의 홈런을 치며 월드시리즈 최다 홈런 기록도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은 2002년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과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에서 나온 21개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홈런 파크팩터(야구장의 타자 친화도)에 따르면 미닛메이드파크(1.009·14위)와 다저스의 안방 다저스타디움(1.005·15위)의 홈런 친화도는 30개 구장 중 중간에 속하지만 이번 시리즈만큼은 홈런 공장 노릇을 하고 있다. 경기당 홈런 4.4개는 올 정규시즌 기록(경기당 1.21개)의 3배가 넘는 기록이다.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건 브레그먼의 끝내기 안타였다. 연장 10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여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브레그먼은 다저스 마무리 켄리 얀선에게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제 손으로 경기를 끝냈다. 올 시즌 41세이브를 수확한 얀선은 2차전에 이어 이번 시리즈 들어서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뒤 휴스턴의 A J 힌치 감독은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한) 2차전이 인생 최고의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5차전은 그 이상이었다. 안방 관중 앞에서 이런 경기를 한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6차전은 다음 달 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양 팀 선발로는 2차전에서 맞붙었던 다저스 리치 힐, 휴스턴 저스틴 벌랜더가 예고됐다. 2차전 당시 힐은 4이닝 1실점, 벌랜더는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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