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품·향응 제공 건설사 입찰 2년간 제한, 시공권 박탈
- 비리의 온상 된 부재자 투표는 하루로 제한
정부가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사비 지급,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입찰, 홍보, 투표, 계약으로 이뤄지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을 뜯어 고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0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사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조합에게 이사비와 이주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제안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종전처럼 재건축 조합원은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하다.
재개발사업도 재건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영세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융자 또는 보증하는 것은 허용한다. 이 경우 건설사는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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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계약한 홍보업체가 금품 제공해도 시공권 박탈
앞으로는 홍보 단계에서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직접 제공한 경우는 물론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해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건설사가 10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건설사 직원 또는 홍보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경우엔 2년간 정비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고,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당한다. 다만 착공 이후 시공권을 박탈하면 선의의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시공권 박탈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과도한 홍보행위를 차단하되 조합원의 정당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사는 홍보요원의 명단을 사전에 조합에 등록, 등록한 홍보요원만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부스 1개소만 설치 가능하다. 1차 현장설명회 이후 총회 전까지 미등록 홍보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홍보 행위가 3회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은 무효다.
○불법 행위의 온상 ‘부재자 투표’ 요건과 절차 원래 취지대로 강화
투표단계에서는 그동안 불법 행위의 온상이 된 부재자 투표 요건과 절차 등을 당초 제도의 취지에 맞게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부재자 투표는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에 한해 허용하고, 부재자 투표 기간도 1일로 제한한다.
계약단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후 건설사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를 입찰 제안보다 일정비율 이상 증액할 경우 공사비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한다. 이 밖에도 조합 임원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해 조합 임원과 건설사간 유착을 차단할 계획이다.
GS건설이 한신4지구 수주 과정에서 제보 받은 롯데건설의 금품 증거들.
○금품·향응 강력한 단속 위해 경찰청과 협조체계 구축
정부는 시공사 선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부터 국토부·서울시의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다수의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어 11월 1일부터는 이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강도 높은 집중점검이 실시된다.
이번 합동점검 대상 조합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앞으로 선정할 예정인 단지들이다. 회계처리 등 조합운영의 전반에 관한 사항은 물론 시공사 선정과정 및 계약 내용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을 대상으로 한 불법 홍보 행위도 단속한다.
국토부는 경찰청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핫라인을 개설하고, 필요한 경우 증거 수집이나 현장단속 등 경찰 협조를 얻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비사업의 공공지원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는 이러한 제도 개선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내년 2월부터 금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및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함께 시행한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