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혜거국사비. 불교문화재연구소·김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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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혜거국사비. 불교문화재연구소·김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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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발굴현장 전경. 불교문화재연구소·김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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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원 아래 깔려있던 고려사찰 영국사(寧國寺)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道峯書院) 발굴현장에서 탁본 일부만 전하는 영국사 혜거국사비(慧炬國師碑)의 원본 조각을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이 비석 조각은 길이 62㎝, 폭 52㎝, 두께 20㎝로 총 281자의 한자가 새겨져있다. 정으로 훼손된 부위를 제외한 256자를 해석한 결과, 이곳이 영국사라는 사실과 혜거국사의 정확한 법명(法名)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금껏 학계에선 영국사의 위치를 놓고 이견이 있었으며, 혜거국사 법명도 동명이인의 다른 고려 국사였던 갈양사 혜거(惠居)국사와 혼동이 있었다.
도봉서원은 선조 6년(1573년) 개혁사상가 조광조(1482~1519)를 추존하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16세기 숭유억불 분위기에서 고려사찰 영국사 터 위에 건립됐다. 실제로 발견된 혜거국사비 곳곳에 일부러 훼손한 흔적들이 보인다. 사찰에 쓰였던 각종 석재를 해체해 서원 건립에 재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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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발굴에서는 통일신라시대 기단과 기와(중판선문 기와)가 확인돼 영국사가 늦어도 9~10세기경에는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영국사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 초까지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사찰이었음이 밝혀졌다”며 “금당 앞 석탑 추정지를 확대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석을 통해 영국사 혜거국사는 10세기경 중국 유학을 다녀와 고려 전기 법안종을 전파한 승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법안종은 고려 광종이 불교를 개혁하고 선교(禪敎) 양종을 통합하기 위해 도입한 종파다. 혜거국사는 법안종을 창시한 법안문익(885~958)의 제자이기도 하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