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세종대 교수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를 다룬 책 ‘제국의 위안부’를 써서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교수(60)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피해자를 특정해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명예를 훼손하는데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학문과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되면 안 된단 점도 양형 사유에 고려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박 교수를 기소할 당시 그가 책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본질이 매춘이라고 함축적으로 주장하고 ▲위안부 피해자는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이며 ▲일본 또는 일본군에 의한 강제 동원 또는 연행이 없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1심은 올 1월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전체적인 내용이 ‘한일 신뢰 구축을 통한 화해’라는 공공 이익을 위한 것에 가까워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또 문제가 된 문구 35개 중 대부분(30곳)을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3곳은 “사실을 적시했으나 명예훼손으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의 구형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 교수는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1심 판결문은 제 바람이 나타난 판결문이었다”며 “1심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 판결을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선입견만으로 내린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원에)당연히 상고할 것”이라며 “재판은 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외언론도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 한·일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부가 얼마나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리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결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가)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연구 중인 것이고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며 “고발 이후 3년 반 동안 수많은 자료를 봤다. 현재도 보고 있다. 제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할만한 인식은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특정했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현재 고인이 되신 할머니 분들도 계시고 익명으로 밝히지 않으신 분들도 많아 특정할 수 없다”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이다. 활동하고 있으신 할머니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유죄가 인정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