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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단풍은 다비

입력 | 2017-10-27 03:00:00


이종승, ‘단풍 속에 빠진 감’. 2009년.

온 세상이 단풍에 물들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단풍 찍을 마음에 설렌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는 단풍은 얼마 가지 않아 낙엽이 된다. 화무십일홍인 것처럼 단풍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한 시인은 설악산 단풍을 보고 ‘다비장(茶毘葬)’이라 표현했다. 단풍은 잎사귀가 땅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이라는 의미인 듯싶다.

서울의 단풍 명소 가운데는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도 있다. 길상사는 무소유를 평생 실천한 법정 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길상사에 만추가 되면 단풍과 낙엽의 정취를 느끼려는 시민들이 하루 수천 명 몰린다. 사람들은 단풍의 아름다움에 젖기도 하지만 그 잎들이 떨어져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을 보고 사색에 들기도 한다. 길상사는 낙엽을 쓸지 않는다. 어느 만추에 법문을 위해 강원도에서 아침 일찍 길상사에 도착한 스님이 경내의 낙엽을 쓸던 거사(남자 신도)에게 “사람들이 낙엽을 밟으며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쓸지 마라”고 당부한 뒤부터다. 길상사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은 평생 청빈의 수도자로 살다 간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금 일깨우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단풍은 전경으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고 보통 24∼70mm 렌즈를 쓴다. 105mm 이상 망원렌즈는 잎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하는 데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멀리 있는 전경을 찍을 때 사용한다. 단풍 든 색깔을 강조하고 싶으면 역광을 이용하면 된다. 이때 노출에 신경을 써야 하고 광선이 렌즈에 정통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각도를 잘 잡아야 한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와이드와 망원 기능을 번갈아 사용해 가며 단풍을 찍어보고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가장 가깝게 표현한 앵글을 확인한 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게 원하는 사진을 얻는 방법 중 하나다.

기자는 집 근처에 있는 길상사를 7년 가까이 찍었다. 여러 해 동안 찍다 보니 전경보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는데 이 사진도 그중의 하나다.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감 몇 개가 단풍을 배경으로 달려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감이 마치 단풍의 다비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아 불교적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