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이 현재 직장에서 은퇴를 준비 중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게 불똥이 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대출 여력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세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기존 재테크 방식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 중 임대를 통해 월세를 받고 있는 가구는 2012년 27만7000가구에서 지난해 42만7000가구로 증가했다.
신DTI는 장래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 실제보다 소득이 더 많은 것으로 간주해 대출을 더 내준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는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현재도 장년층은 은행에서 여신심사를 받을 때 만기 등에서 일부 불이익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대출이 필요하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충분한 임대료가 나올 수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면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얻게 될 부담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출만 조인 셈이어서 베이비붐 세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지적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때 건강보험료나 세금 등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인센티브 방안을 담았어야 했다”며 “장년층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담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만 옥좨 근본적인 부채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미 대출이 있는 베이비부머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빚 부담이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가구당 부채는 5800만 원으로, 나머지 가구 평균(4400만 원)보다 30.8% 많다. 베이비부머들은 창업에도 제한을 받는다. 내년 3월부터는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 심사를 할 때 상권과 업종, 매출 등에 대해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6·19, 8·2 부동산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전체 차주의 34.1%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억3398만 원에서 9060만 원으로 4338만 원(32.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KB국민은행에서 상반기(1∼6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 6만6000명을 분석한 결과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