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관련 서적 살펴보니 책 판매량 매년 늘고 있지만 미용-간식 관련 책이 대부분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애완동물 코너 서가 상단에 비치된 책들. 강아지 미용법이나 간식 조리법 등에 대한 책이 많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개는 물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견주들의 오해를 꼬집는 이 설명은 지난달 출간된 책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리잼)의 내용이다. 독일인 수의사이자 애완견 행동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입마개 착용 훈련법 등을 소개하며 “이빨 쓰기를 제어해야 주인의 애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썼다.
최근 이웃을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개의 주인인 가수 최시원 씨가 이 책을 읽었다면 “사람 무는 버릇이 있다”고 스스로 밝힌 개를 더 주의해서 관리했을지 모른다. 애완견을 기르는 집이 최근 빠르게 늘어 450만 가구를 넘어섰지만 기본적 훈련법 정보는 널리 보급되지 못해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훈련법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도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기보다는 개를 바라보는 가치관에 대해 부드럽게 기술하며 훈련법을 곁들인 것이 많았다. 이웃 또는 산책길 행인을 배려하기 위해 개 주인이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지적한 책보다는 ‘강아지에게 강압적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쓰인 책이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서점의 개 관련 서적 판매 상황도 비슷하다.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애완동물 코너 서가에 꽂힌 120여 권의 책 중 훈련 정보를 담은 것은 16권에 불과했다. 서가 상단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꽂힌 책은 ‘애견 미용학’ ‘강아지 배변훈련 시키지 마라’ ‘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기’ ‘강아지 수제간식 레시피’ 등이었다.
“무는 강아지 귀엽다고 그냥 두면 큰일 낸다” “외출할 때 사랑스럽게 작별인사 하는 건 개 버릇 버리는 지름길”이라며 잘못된 통념에 대해 쓴소리하는 책은 대개 외국 전문가가 쓴 번역본이다. 국내 도서 중에서는 판매 순위 1위인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동아일보사),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쌤앤파커스) 정도가 훈련과 목줄 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는 개고…’를 쓴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개 꾸미기’ 위주의 풍토가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훈련의 필요성, 타인 배려하기에 대한 상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