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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아마존市

입력 | 2017-10-23 03:00:00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이 북미 지역에 제2본사(HQ2)를 짓겠다며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공개 입찰에 부친 결과 80여 개의 도시가 제안서를 내고 구애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제2본사 건설에 50억 달러(약 5조6400억 원)를 투자하고 직원 5만 명을 고용하겠다는 아마존의 선언에 주지사들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10년간 세금 70억 달러를 감면해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다.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시의 시장은 시 명칭을 아마존시(市)로 바꾸고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을 평생 시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시에선 휴스턴과 댈러스를 잇는 150억 달러짜리 초고속열차를 건설해 주겠다고 한다. 너도나도 아마존에 목을 매니 아마존에 선물폭탄을 안기는 것이 세금 낭비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조지아주의 기아차 공장 주소는 ‘7777 KIA Parkway West Point, GA 31833’이다. 2010년 1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자 주정부는 세금 감면에다 진입 도로를 깔아주고, 연수원도 기부하는 등 총 5000억 원어치의 혜택을 줬다. 주민들은 쇠락해 가는 도시에 일자리 선물을 안긴 이곳을 ‘기아 마을(KIA-ville)’이라 부른다. 2003년 10월 LG전자 TV공장이 들어선 폴란드 므와바시는 수백 년 동안 내려온 시 이름을 ‘므와바-LG타운’으로 바꿨다. 중국 난징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공장이 밀집한 디지털복합단지 도로를 ‘LG로’로 명명했다.

▷19일 워싱턴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열린 삼성·LG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공청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삼성 때문에 행복하다”고 발언해 삼성·LG를 제소한 미 세탁기 업체 월풀에 일격을 가했다. 삼성전자는 3억8000만 달러짜리 세탁기 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다. 해외에선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통령부터 주민까지 한마음이다. 우리만 기업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 같아 걱정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