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개는 안 문다?… ‘펫티켓’ 제대로 지킵시다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사건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경기 시흥에선 진돗개가 집 거실에서 주인의 한 살배기 딸을 물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전남 무안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선 60대 남성이 개 주인에게 “왜 목줄을 채우지 않느냐”고 나무라다 개 주인에게 밀려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 급기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이 없는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유명 음식점 ‘한일관’ 대표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에게 직접 물린 사건은 1019건. 올 1∼8월엔 이보다 많은 1046건이 발생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지만 ‘펫티켓’(애완동물·펫+에티켓·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요한 예절)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안이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
최시원 씨의 프렌치 불도그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와 김 씨(왼쪽) 쪽으로 향하고 있다. 프렌치불도그 SBS 화면 캡쳐
김 씨는 이틀 뒤인 이달 2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 측은 “상처가 깨끗하고 상태가 좋다”며 소독 후 항생제 연고 처방만 했다. 이때만 해도 김 씨는 치명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사흘 뒤인 5일, 추석 연휴에도 식당에 나온 김 씨는 “몸이 으슬으슬한 게 좋지 않다”며 조퇴했다. 심상치 않다고 느낀 김 씨는 6일 오전 8시 15분경 백병원 응급실에 갔다. 김 씨는 X선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는 2∼3시간 동안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김 씨 측은 “호흡이 곤란해지고 기침할 때마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의식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정오경 중환자실로 실려 간 김 씨는 불과 5시간 만인 오후 5시에 숨졌다. 백병원은 김 씨 혈액에서 다량의 균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급성 패혈증에 의한 쇼크사로 판정했다.
○ 최 씨 가족, 사건 뒤에도 목줄 없이 개 산책
‘한일관’ 대표 김모 씨를 물어 숨지게 한 프렌치 불도그와 주인 최시원 씨. 최시원 SNS 캡쳐
최 씨 가족은 앞서 8월 26일 SNS에 불도그 사진과 함께 ‘사람을 물기 때문에 주 1회, 1시간씩 교육시킨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슈퍼주니어 멤버인 이특 씨도 이 개에게 물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씨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김 씨 유족은 최 씨 가족에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족은 같은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며 알고 지낸 이웃이다. 유족 측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송으로 회복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최 씨 가족이 김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