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발표 282곡 전곡 해설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펴낸 한경식씨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출판사에서 만난 비틀스 전곡 해설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저자 한경식 씨. 책과 비틀스 초상화에 둘러싸인 그가 아이처럼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꼭 40년 전이었다. 1977년. 한 씨는 까까머리 고교 1학년 때 잡지에서 비틀스의 사진을 보고 설명할 수 없이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모든 신문과 잡지에 나온 콩알만 한 단신 기사까지 스크랩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뒤 LS산전(옛 LG산전)에 취직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비틀스 전문서적을 40세 이전에 내놓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직장생활과 연구를 병행하느라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새벽 3시간은 무조건 글을 쓰고 읽는 데 썼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신화가 된 이름, 비틀스’를 낸 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2013년 비틀스 미발표곡 2곡이 발표되자 맘이 급해졌다. “2015년 5월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뒤 용단을 내렸죠. 30년간 일했던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이후 그는 2년간 비틀스 전곡 해설집 집필에만 매달렸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라는 제목은 비틀스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비틀스란 우주를 횡단했다는 말도 된다.
집필에 가장 애를 먹은 곡으로 그는 해석이 분분한 ‘I am the Walrus’(1967년)와 ‘Eleanor Rigby’(1966년)를 꼽았다. “존 레넌과 매카트니를 직접 만나 진의를 묻고 싶어요.”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곡은 ‘Yesterday’다.
“비틀스가 우리나라에 가장 근접한 게 1966년 6월 30일∼7월 2일 일본 방문 때죠. 일본 전후사 관련 책을 읽고 있어요. 비틀스의 방문이 일본 사회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려고요. 만약 한국도 들렀더라면 얼마나 많은 기록이 남았을까 상상하면 연구자로서 욕심이 납니다. ‘비틀스 장충체육관 공연 기록’ 같은 게 있다면 말이죠.”
돌아보니 왜 비틀스였을까. 그는 “1964년 이후 비슷한 노래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온 그룹”이라며 “여전히 불가사의하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 멤버들을 만난다면 ‘40년간 제가 사는 데 힘이 돼주셔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