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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구원투수서 출당자로… 친박 일부 “이미 정치적 사망”

입력 | 2017-10-21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박근혜 탈당 권유 이후




자유한국당이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안을 의결하자 일부 친박(친박근혜)계는 “패륜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대상자이기도 했던 최경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변호사도 없이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유죄를 인정하라는 패륜행위이자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의원은 “정치적 신의를 짓밟고 개인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하는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는데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중앙윤리위원회의가 열린 여의도 당사에서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시간과 장소가 사전에 공개됐는데도 돌발 사태 없이 징계 의결이 마무리된 것. 이를 두고 쪼그라든 친박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말도 나왔다. 3월 법원에 제출할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 청원서에는 80여 명의 친박 의원이 이름을 올렸지만,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을 촉구한 지난달 28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는 16명만 모습을 나타냈다.

16일 박 전 대통령이 첫 법정 메시지를 내놓자 이제 정치권에선 ‘정치인 박근혜’의 부활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절연(絶緣)이 몰고 올 정계 개편도 여의도 정가의 화두다.

○ 숨죽이고 동향 살피는 친박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투쟁’ 메시지 이후 20일까지 한국당에서 이름이 들어간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지킴이’로 나선 의원은 최 의원과 김태흠, 박대출, 이장우 의원뿐이다. 4선인 최 의원을 제외한 세 의원은 모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김진태 의원처럼 페이스북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에 항의한 의원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분위기가 조용하다. 사석에선 의원들도 곧잘 얘기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동정론을 펴는 이들은 출당을 추진한 홍 대표를 향해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고 말한다. “당이 망하게 생겼는데 박근혜를 그만 놓자”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커튼 뒤에서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전통 지지층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견해를 내놓은 뒤 실명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친박 핵심 인사 가운데 ‘탈박(脫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친박계 내부의 서열을 꼽으면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한 의원은 최근 “그간 (박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던) 외눈박이로 산 것 같다”면서 ‘전향’을 선언했다고 한다.

○ “전통 지지층 결집” vs “이미 정치적 사망”

청와대 전직 참모를 중심으로 한 당 일각에서는 옥중 투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활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았다.

한 전직 청와대 참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는데도 지금 정치적으로 살아났다”면서 “박 전 대통령도 살아계시든, 돌아가시든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도 TK 친박 의원들에게 “반드시 반전의 기회가 온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 명예회복을 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와 이후 전개된 탄핵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악수(惡手)를 두며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박정희 향수’가 강한 TK 일부에서는 몰라도 이미 ‘국민 밉상’이 돼 예전처럼 보수 전반에 영향력을 갖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3월 삼성동 사저에 돌아왔을 때나 구속됐을 때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더라면 부활할 수도 있었다”면서 “이제 ‘정치인 박근혜’는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정치인 박근혜’의 부활은 친박 핵심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나 가능한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며 “보수의 부활은 있을 수 있지만 박근혜의 부활은 힘들다”고 말했다.

○ 朴 출당, 정계 개편 물꼬 트나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별이 이뤄지면서 여의도에는 ‘정계 개편’ 도미노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원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다.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 보수 통합 움직임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실무모임 대변인을 맡은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대해 “보수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탄핵에 대한 입장차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했던 이들로서는 최소한의 복귀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제명이 이뤄질 경우 바른정당 이탈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통합 흐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아직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양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새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비롯해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연합 공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바른정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도 11·13전당대회 이후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의석수가 늘며 원내 1당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에 대비해 국민의당과의 연정 논의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호남 지역 의원을 대상으로 ‘민주당 복귀’ 카드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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