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강인 前해양경찰청장 ‘책 읽어주는 남자’로 변신 인문고전 강연에 40여명 심취
모강인 전 해양경찰청장(마이크 든 사람)이 12일 자신이 이끄는 인천 부평구 산곡동 ‘인문의 향기-문화 쉼터’에서 인문고전을 강연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12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산곡동 백마장사거리 남양빌딩 지하 1층에 40여 명이 모였다. ‘인문의 향기-문화 쉼터’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변신한 모강인 전 해양경찰청장(61·사진)이 매달 한 차례 진행하는 ‘영화와 함께 하는 소설 강독’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모 전 청장은 영국 여류 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가 남긴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을 2시간 넘게 들려줬다. 작품 줄거리 중간 중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 주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모 전 청장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의 영화는 1939년 처음 선을 보인 흑백영화를 비롯해 여러 편 있다. 그중 원작 배경인 1700년대 말 영국 요크셔 지방을 잘 고증한 1992년 개봉작을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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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전 청장은 이 노래 가사를 제공한 류근 시인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류 시인은 어느 음악잡지에서 ‘사랑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고통 받고 지독하게 사랑하는 것은 본래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 전 청장이 이끄는 문화단체 ‘인문의 향기’는 2015년 11월 출범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인문고전 강연을 시작했다. 또 지난달 인천 중부경찰서에 이어 24, 25일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후배 경찰관을 대상으로 인문고전 강독회를 연다. 그는 “지시 위주인 정신교육 대신 문학작품을 소재로 강연하니 후배들로부터 ‘색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인문의 향기 고문인 김홍신 소설가를 비롯해 산악인 엄홍길,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20명 정도의 강사진이 군부대 경찰서 복지시설 학교 등에서 ‘찾아가는 인문학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회원 180여 명이 내는 기금을 활용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매주 한 번씩 반찬을 공급하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