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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국제인증 ‘페트병 수돗물’의 속앓이

입력 | 2017-10-17 03:00:00

‘아리수’ 판매땐 생수업체 반발… 재난대비용으로만 창고 비축




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수돗가로 달려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목을 축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수라 부르는 물은 정확하게는 ‘먹는 샘물’입니다. 1912년 세계 3대 광천수로 유명한 충북 청원군(현 청주시) 초정약수가 국내 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일으킨다”며 먹는 샘물을 불허했습니다. 미군부대에 납품하는 일부만 눈감아줬다고 합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에 먹는 샘물을 공급하면서 일시적으로 ‘병물’(병에 넣어 파는 물) 유통을 허락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금지하자 생수업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먹는 샘물 유통을 막는 것은 위헌이 아니냐며 대법원에 판결을 요청했습니다. 1994년 대법원은 먹는 샘물 유통 금지는 국민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해 먹는 샘물 관리법이 생기고 1995년부터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서울시도 수돗물에 ‘아리수’라는 브랜드를 붙여 꾸준히 관리해왔습니다.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170개 항목으로 정기 수질검사를 합니다. 국제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도 받았습니다. 세계 242개국 가운데 바로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드는 국가(37개국)에 한국이 듭니다.

500mL 페트병에 담은 아리수도 있습니다. 시중에서 팔지는 않고 대부분 시에서 비축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시민에게 공급하기 위해서죠. 2007년부터 2011년 3월까지 큰 지진이 난 중국 일본 대만 아이티 그리고 북한에도 아리수 병물을 보냈습니다. 시는 병물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이 수돗물로 장사하느냐”는 생수업체 반발이 매우 큽니다.

소비자들은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못하는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까지 오는 수도관이 녹슨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습니다. 시는 상수도관 총연장 1만3649km 가운데 1만3339km(97.7%)를 교체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먹어도 될까’ 우려하신다면 집 수돗물이 얼마나 마실 만한지 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다산콜센터(120)나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arisu.seoul.go.kr)에서 거주지 관할 수도사업소에 신청하면 우리 집 물 성분 수질검사를 해줍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