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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드는 유통업체… 영세업소들 “우린 문 닫을판” 하소연

입력 | 2017-10-17 03:00:00

대형마트에 잇달아 전문매장… 백화점도 사업팀 꾸려 진출 채비
동네업소들은 반대 집회 열어




주부 박윤정 씨(39·경기 성남시)가 대형마트에 갈 때 꼭 찾는 곳이 있다. 마트 한 층에 자리한 애완동물 코너다. 특히 자녀와 함께 올 때면 빼놓지 않는다. 박 씨는 “대형마트 애견숍은 볼거리도 많고 깨끗해 아이들과 한참 둘러보다 간다”며 “일반 애견숍에 비해 안심도 돼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대형마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서는 게 반려동물 전문매장이다. 대부분 유통기업이 직접 운영한다. 반려동물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29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반려동물이 성장 정체기에 빠진 유통기업의 신성장동력이라는 평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나 사료, 교육, 장례 서비스를 아우르는 ‘펫(pet) 비즈니스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롯데마트는 이미 30여 개 점포에서 ‘펫가든’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그룹도 반려동물 전문매장인 이마트의 ‘몰리스펫(molly‘s pet)’을 최근 강화하고 나섰다.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과 미용 서비스는 물론 분양도 한다.

기존 영세업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이 반려동물까지 사고 팔 경우 ‘생산업자→경매장→반려동물숍’으로 이어지는 기존 유통체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이유다. 내년 3월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경구 반려동물협회 사무국장은 “새로운 법에 따라 강아지를 키우려면 축사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면 우리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협회 소속 회원 60여 명은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이들이 키우는 치와와 슈나우저 등 반려견도 등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반려견을 충분히 잘 관리하고 키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데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관련 산업을 잠식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려견을 키우는 조모 씨(40)는 “공장 같은 곳에서 강아지를 생산해 상품처럼 팔아치우는 잘못된 관행이 문제였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면 유통과정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 씨(32·여)는 “동네 애견숍에서 반려동물 애호가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대기업이 뛰어들면 그런 풍경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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