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백송
백송은 인간 본성을 닮은 흰색 줄기로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충남 예산군 추사고택 근처의 백송.
백송의 또 다른 특징은 리기다소나무처럼 한 묶음의 잎이 세 개라는 점이다. 백송의 학명에는 원산지 표기가 없지만 중국 원산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식물채집자 로버트 포천(1812∼1880)은 중국의 백송을 영국에 보낸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의 백송도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1734년의 ‘갑인연행록(甲寅燕行錄)’을 비롯해 각종 연행록에는 백송이 자주 등장한다. 연행 사절단에 참가한 사람들은 중국의 백송을 보기 위해 따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추사 김정희도 연행사절단으로 중국 베이징에 갔을 때 백송의 씨앗을 가져와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었다. 현재 충남 예산군 추사고택 근처 고조부의 묘소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106호 백송이 바로 추사가 베이징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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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곧 창의성이다. 그래서 창의성은 안에서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지 밖에서 안으로 넣을 수 없다.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학문이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공부다. 성리학의 공부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백송은 성리학자들이 자신의 본성, 즉 창의성을 구현하는 공부의 대상이었다. 성리학에서 본성을 구현한 자를 성인(聖人)이라 부른다. 인간은 누구나 공부를 통해서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백송은 곧 성인의 길로 이끄는 희망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