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오랜 무명생활을 이겨내고 영화의 주연으로 섰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김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그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 성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면서 “더욱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 | (주)키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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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장 김창수’로 돌아온 조 진 웅
‘명량’ 왜군 장수 연기 땐 가슴 아팠죠
롯데 팬이 KIA 응원하는 심정이랄까
이번 영화 찍고 나선 내게 당당해졌죠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이다. 배우의 몸무게는 출연 영화에 따라 변화무쌍하다지만 조진웅(41)의 변화는 놀랍다. 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으로 변화한 그의 외모에 궁금증을 꺼내자 “근육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체중도 10kg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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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한창인 조진웅이 먼저 완성한 또 다른 주연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19일 내놓는다. 연극배우로 출발해 10년 넘도록 무명생활을 거친 그가 이제는 영화를 이끄는 주연 배우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조진웅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김구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 민족의 지도자로 인정받는 실존인물을 맡아 연기하기까지 고민은 상당했다.
“제안을 받고 몇 번이나 거절했다. 감히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깜냥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다른 배우들도 선뜻 출연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나한테 출연해달라는 제안이 왔다. 문득 지금이 내가 연기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아내나 주변에서도 용기를 줬다.”
배우 조진웅. 사진|대장 김창수 스틸컷
● “그 시절 태어났다면 독립운동 했을 수도”
영화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청년 김창수의 이야기다. 어떤 탄압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가진 청년은 험난한 세상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만나 성장한다. 훗날 김구 선생이 되는 인물을 연기한 덕에 조진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 성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당당하게 살아갈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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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대극과 조진웅은 유독 인연이 깊다. 지난해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있지만 앞서 1200만 관객이 본 ‘암살’에서도 실존인물을 빗댄 독립운동가를 연기했다. 당시 자주 받은 질문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을 했겠느냐’는 물음. 그 땐 웃어넘기면서 “아마 도망가기 바빴을 것 같다”고 답했지만 지금 마음은 달라졌다.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상황, 차례가 된다면 기꺼이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조진웅의 마음 속 파도도 달라지는 듯 했다. 1700만 관객이 본 ‘명량’에서 왜군 장수를 연기했을 때는 지금과 달리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돌이켰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인데 마치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기분이랄까. 하하! 성웅 이순신 영화에서 왜군을 연기하려니 굉장히 괴롭고 내 자신에게 미안해서 눈물까지 나더라. 배우는 누구나 마음에 태양 하나씩 품고 있다. 소주 한두 병 먹으면 꼭 가슴에 담은 이야기도 풀어야 하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재생산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뜨겁다.”
배우 조진웅이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 성장통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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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때는 턱시도 차려입고 레드카펫에 나타나면 사진기자들이 ‘저사람 누구야’ 싶은 눈으로 쳐다봤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유명해진 걸 느낀다. 영화제가 2년 넘도록 난항과 존폐 위기를 겪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뭔가 힘이 되고 싶으니까, 부르면 간다. 지금은 영화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 겪는 성장통으로 여기고 있다.”
탄탄하게 자신의 길을 닦아가고 있는 조진웅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여느 스타처럼 재테크에 집중하지도 않는다. “곧 전셋값 올려달라고 할 텐데 집값이 조금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진짜 욕심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야 당연히 영화 흥행이지. 온통 영화만 생각하고 있어서 사실 사회적인 지식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박을 원하지는 않는다. 내가 작업하는 이유를 한 명의 관객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