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엄재용씨 15년간 1000회 무대 함께 올라… “브런치 먹고 맛집 탐방 다닐래요”
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왼쪽), 엄재용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15년이라는 단어를 말한 뒤 목이 메었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눈가는 이미 촉촉해졌다. 울먹이면서도 끝까지 자신이 손수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언젠가 다가올 무용수로서의 마지막 날을 여러 번 상상해 왔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오히려 담담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슬픈 마음 들키지 않도록 담담하게 보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객이 ‘저 무용수 그만둬야 하지 않나’ 할 때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최고의 자리일 때 내려오고 싶었어요. 또 2세를 가지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황혜민)
“다른 곳에서 계속 활동하겠지만 아내와 같은 무대에서 함께 발레단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어요.”(엄재용)
은퇴 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둘이 달랐다.
“발레를 시작하고 30년간 항상 머리카락 길이가 일정했어요. 무용수에게 머리카락은 소품이거든요. 은퇴 공연 바로 다음 날 아주 짧게 자르고 염색을 하고 싶어요. 또 평일에 브런치도 먹어보고 싶어요.”(황혜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