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12일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로모’팀의 자율주행 로봇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12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17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이 기술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청각장애인 운전자는 경적과 사이렌 등 외부 소리를 듣기 힘들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자동차가 소리를 인식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이 기술을 고안한 사람은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다. 섀시해석팀, 전자시스템설계팀, 차량총합설계팀 등에 속한 연구원 7명이 힘을 합쳐 청각장애인의 운전을 도울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들처럼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겨루는 무대가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다. 2010년 시작돼 올해 8회째를 맞았다.
대상을 차지한 심포니팀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운전 보조 기술은 수화로도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를 상징하는 만큼 이와 연계된 아이디어들은 페스티벌에서 매년 빠지지 않는다. 올해도 막대 모양 셀의 높낮이를 조절해 차량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바꾸는 기술이 나왔다. 의자와 탁자가 있는 회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침실로 변경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기술을 로봇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도 구현됐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로모’팀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소형 로봇을 선보였다. 주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로봇은 사람이 타지 않을 때는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현대·기아차는 로봇 기술을 미래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키우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양웅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제 상품에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은 지난해 대상을 받은 ‘스케치북 윈도’ 기술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창문을 김이 서린 것처럼 뿌옇게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메시지를 적은 후 다른 창문에 띄우거나 스마트폰 등에 전송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청각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 스쿨버스에 적용됐다. 지루한 통학 시간을 활기차게 만들고 친구나 부모들과의 소통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화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