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중고교 교과서 낸 윤소영 원장 “6권 다 배우면 수준급 실력 될 것”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1월 방콕의 한국교육원 강의실에서 부산대 입학 설명회를 마치고 부산대 직원들과 태국의 수학과학영재고인 마히돈위따야누손고 교사 및 학생과 함께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윤소영 원장 제공
이번 한국어 교과서 제작을 주도한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46·여)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국어 공식 교과서가 없다 보니 중고교 때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 학생의 한국어 수준은 천차만별이었고 한국어 전공생들은 대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정도밖에 못 따는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공식 교과서가 발간되면 원하는 태국 학생은 더 수준 높은 교재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까지 발간되는 6권의 한국어 교과서를 다 배우면 TOPIK 2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1500∼2000개의 어휘를 이용해 사적이고 친숙한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태국인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한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한국어를 주로 드라마와 케이팝으로 접하다 보니 속어가 더 많이 알려졌다. 윤 원장은 태국에서 ‘맛있고 개좋아’라는 이름의 컵라면이 출시된 걸 예로 꼽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정말·진짜’ 등을 뜻하는 접두어 ‘개-’가 그대로 제품 이름에 사용됐다. 윤 원장은 “그동안 태국 현지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한 사람들도 시제나 어미 등 정확한 표현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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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윤 원장이 태국 현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한국어 교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호소는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재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가 태국에 가 한국어 교과서 발간을 1순위 사업으로 꼽아 진행한 이유다. 그동안 태국에서 쓰인 한국어 교재는 한국어 교사나 강사들이 한국 대학 언어교육원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재,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 등을 짜깁기해 만들어왔다. 중고생의 눈높이에도, 태국 문화에도 맞추기 어려웠다.
임기가 5개월 남은 윤 원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로 한국어 교사 연수시스템 정착을 꼽았다. 그는 또 태국의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까지도 한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힌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