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추석 연휴가 끝난 10일 한 정당 관계자는 한가위 ‘현수막 홍수’를 이렇게 표현했다. 창원시청을 비롯한 경남도내 공공기관 주변과 주요 교차로엔 빈틈이 없을 정도로 정치인과 정치지망생 현수막이 내걸렸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다.
장성일 경남도선관위 홍보담당은 “과거엔 정치 현수막이 공직선거법 254조(선거운동기간 위반죄)에 저촉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권선택 대전시장 사건에서 ‘허용되는 행위’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이 같은 현수막은 제한되기 때문에 예비주자들이 이번 명절을 적극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직 기초단체장이 나이가 많은 창원, 사천, 진주, 합천과 3선인 창녕, 공석인 함안과 고성, 불출마 선언을 한 거제와 의령에서는 도전자가 앞다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최근 퇴임한 조규일 전 경남도 서부부지사는 진주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6년 차 ‘택시 운전사’ 전수식 전 마산시 부시장은 25일 출판기념회를 신호탄으로 창원시장 도전을 공식화한다.
사천시 한 기업인은 “안홍준 씨는 연고가 마산인데 왜 우리 지역에 현수막이 보이느냐”며 궁금해했다. 도지사를 꿈꾸는 안 전 의원은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내걸었다. 일찌감치 도지사 도전 의사를 밝힌 자유한국당 김영선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안상수 창원시장과 그에게 도전장을 낸 장동화 여영국 도의원 등 현직의 현수막은 오히려 드물었다. 그 대신 창원시장 지망생으로 알려진 강기윤 전 의원과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이기우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같은 전직이 더 적극적이다. 김종양 전 경남지방 경찰청장도 ‘우짜든지 한가위 멋지게 보내이소!’라는 글로 눈길을 끌었다.
선거 분위기가 조기 과열되면 부작용은 뻔하다. 장기 레이스를 뛰어야 하는 후보로서는 고역이다. 다만 유권자로서는 ‘깨알 검증’할 시간이 충분해져 적합한 일꾼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