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남부의 믈룅 소방서에서 소방관을 꿈꾸는 JSP 학생들이 소화기 수업을 받고 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꽃에 물 주듯 흩뿌리지 말고 불을 향해 정확히 호스를 아래로 내리고 조준하라”는 소방관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몇 차례 실습을 반복했다. 믈룅=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들은 프랑스 전역의 1600개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JSP(예비 소방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4시간씩 4년 동안 수업을 받아야 한다.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대부분 소방관이 꿈인 이들은 이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이 수업에 참가하는 13세부터 18세 중고교생이 전국적으로 2만8000명에 이른다.
JSP 3학년인 장마티 뒤스코는 “가끔 불이 난 곳에 갇힌 사람들에게 달려가는 상상을 한다”며 “소방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고 말했다.
교실로 이동한 JSP 1학년 학생들은 1교시 소방 장비 이름을 외우는 시험을 치렀다. 소방관 선생님이 “아직 4년이나 공부할 시간이 더 있으니 몰라도 친구 답안지 보지 마라”며 긴장을 풀어줬지만 시험을 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1학년은 실무 장비 외에 국가와 시민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사는 조화 등 덕목들을 주로 배운다.
같은 시간 3, 4학년은 땀이 흠뻑 젖도록 마당을 뛰어다녔다. 체력은 소방관의 가장 기본 덕목이다. 정해진 시간에 동료와 조를 이뤄 소방 호스를 조립하고 던진 뒤 사고 현장에서 사람 모양의 인형을 구해 와야 하는 훈련이다. 순발력과 협동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알레 알레(좀 더 좀 더)”를 외치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2교시가 되자 1, 2학년 학생들은 손에 소화기를 들었다. 강사로 나선 갈리 대장은 “전기로 인한 화재는 물로 불을 끄면 안 된다. 분말가루가 실내에 차기 때문에 분말 소화기도 실내에서는 안 된다. 실내에서 전기 화재가 나면 CO₂ 소화기를 써야 한다”며 시범을 보였다.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직접 소화기로 불을 꺼 보았다.
이처럼 전문적인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지난달에는 프랑스 북부 옹플레르 지역에서 JSP 4학년 학생이 체육 시간에 갑자기 쓰러진 동료 친구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늘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주로 알려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2014년 25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소방관 신뢰도가 99%로 1위를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여름 마르세유와 코르시카 화재 때 고생한 소방관 945명을 이달 7일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