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에 군용기 이착륙 시설 건설 추진 태평양 지역 패권 확대 포석
중국이 군사기지를 두려는 곳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보호령으로 있다 1994년에 독립한 미크로네시아연방. 이곳에 전투기 폭격기 등 군용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는 군사기지가 세워지면 중국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 신속히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밍보는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설정했던 제2 도련선(일본∼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디딤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보 등 대만 언론은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 중국 군사기지가 완공되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도 큰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와이 소재 미 육군군사학교의 한 영관급 장교는 왕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군사기지가 건설되면 괌뿐 아니라 대만의 안전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미크로네시아 공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면적 702km²에 인구 10만여 명인 도서 국가 미크로네시아는 영토가 점차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외치고 있다. 중국은 이 틈을 파고들어 태평양 제도의 국가들에 지구 온난화 방지 활동 지원을 약속하며 환심을 사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도 국토가 침몰 위기를 맞고 있는 미크로네시아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왕보는 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면적은 12.14km²에 이른다.
중국이 미크로네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남태평양에 6개 수교국을 갖고 있는 대만에 외교적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올해 하반기 미크로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팔라우와 솔로몬제도 역시 점차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