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발간 예정 ‘핵태세 보고서’ 주목
하지만 핵무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고요했던 네바다 사막 지하에서 핵 진동이 다시 울리게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벼랑 끝 핵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내 보수 성향 싱크탱크와 퇴역 장성 등 강경파들은 새로운 핵탄두 개발도 용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미케일라 도지 선임 정책분석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을 두 번째로 쏘아올린 뒤인 7월 말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안보 환경이 냉전 때보다 복잡해졌다”며 “미 의회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후한 핵탄두들에 대한 생명 연장 조치를 거치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해 미국의 핵억제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먼로 전 국방부 핵무기국(현 국방위협감소국) 국장은 올 초 워싱턴타임스에 “가장 오래된 핵탄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터뜨려 봐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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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을 목표로 ‘핵 태세 검토(NPR·Nuclear Posture Review)’ 보고서를 작성 중이어서 벌써부터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2년 NPR 보고서에서 “핵실험 없는 무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영원히 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다”며 핵실험 재개 및 신규 핵탄두 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보고서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다시 봉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핵 역량을 엄청나게 강화해야 한다”고 적어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을 계승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버턴 릭터 스탠퍼드대 물리학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NYT)에 “핵실험을 재개하는 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한 짓”이라고 밝혔다. 핵실험 없이도 현존하는 핵무기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의 핵실험은 ‘국제적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