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바노프 교수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54·사진)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면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안보 불안을 느껴 핵개발까지 나서게 된 데는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러시아와 북한 간 기본 조약을 개정할 때 전쟁이 나면 도와준다는 구절이 삭제됐고, 북-중 관계도 군사 동맹관계에서 벗어나면서 북한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수교에 기대를 걸었으나 무산된 것도 안보 위기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이날 한러대화(조정위원장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주최로 서울 중국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러대화 전략 컨퍼런스’ 발표에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이같은 안보 불안과 함께 내부적인 필요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설령 김씨 왕조 소리라고 해도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어서 남과 북이 서로 군사적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대화 프로세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7 한러대화 전략컨퍼런스
러시아 참가자들
서울대 신범식 교수는 “한국의 북방 정책이나 신북방 정책 등 한러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북한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한-러 관계에서 가급적 북한을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방법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한-러 관계가 북한 변수라는 볼모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갈등이 높아지는 지금은 모든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은 높지 않고 경제분야에서만 경제 분야에서만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측 전문가
티모닌 대사는 “약 30년에 걸쳐 북한이 핵개발을 해온 것을 분석해 보면 특정 국가가 지구촌에서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라고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티모닌 대사는 또 “사드 배치를 한-러 관계에서 보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는 바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 차원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아시아판 MD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모닌 대사는 “한반도는 러시아와 가까이 있어서 이런 아시아판 MD 구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러시아가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특히 “한국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에 러시아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말을 놀랍게 생각한다”며 “한반도의 어떤 문제도 러시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